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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수필

[2020 산골수필 3호] 초여름, 무주산골영화제라는 새로움​_이선영 수작부리는 카페

초여름, 무주산골영화제라는 새로움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도시에서 살아온 내가 무주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은 몸이 고장 나는 것도 모르고 일에 몰두하던 어느 날, 출장길에 쓰러져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퇴사 후 깊은 상실감에 빠져 수영을 배워보고 도자기도 배워봤지만 그럼에도 다시 도시의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고, 돌파구를 찾다 은퇴 후 내려오려 토지를 준비해두었던 무주로 조금 일찍 오게 되었다. 도시에서 좀처럼 놓을 수 없었던 직장인 이선영에 대한 미련을 무주에 오고서야 비로소 떠나보낼 수 있었다. 자연에 파묻혀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바느질을 하는 그 시간이 나에겐 진정한 치유와 위로가 되었다. 작은 카페도 운영하게 된 동시에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은 또 뭐가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벗어나 작은 지방으로 오니 문화원이나 복지센터,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리는 문화수업이 많은 것을 보았고, 그곳에서 배운 실력으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집안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혼자만 보고 만족하는 주민분들을 보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뽐내고 판매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카페에서 작은 플리마켓을 열어 많은 무주 주민들을 만나고 함께 즐기며 나는 더 깊숙이 무주에 사로잡혔다.

 


 

무주에 이사 와서는 모든 계절이 다 아름답지만, 특히나 초여름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의 초여름 마당이 참 좋다. 초록 나무도 좋고, 마당에 가득해진 꽃도 좋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모기와 파리가 적어 마당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초여름에 무주에서 영화제 하나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느새 그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되었다. 늘 가던 영화관 안이 아니라 바람이 살랑거리고 별이 쏟아지는 밤에 야외에서의 영화는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 삶에 더 이상의 설렘은 없을 줄 알았는데 무주산골영화제 덕분에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기대되고 기다려지고, 그 설렘을 누군가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고 말해주었다. 얼마나 무주산골영화제를 좋아하게 되었느냐면, 영화제 폐막 후 쓰레기차에 실려 가는 소품 하나를 가져와 카페 한편에 인테리어로 두기까지 했으니 말 다 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그동안 플리마켓과 같은, 무주군민들이 영화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왔다. 관객들은 영화뿐만 아니라 무주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을 통해서도 무주와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 나도 군민으로서 그 시간에 함께 하게 되면서 내가 그저 무주산골영화제를 좋아하고 즐기는 관객에서 주인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사는 이곳 무주에서 열리는 영화제를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야 하고, 이곳에 사는 우리가 즐겁고 행복해야 찾아오는 관객들도 즐겁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매년 무주산골영화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만끽하고 있다.
 

 

 

사람들은 시골생활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시골에서 낭만을 찾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지만 시골 생활의 낭만이 모순이라면 앞으로도 가능한 모순된 삶을 살고 싶다. 우연히 만난 무주산골영화제 덕분에 무주에서의 낭만을 찾게 되고, 새로운 노력을 하며 사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좋다. 나는 분명 이곳에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며 눈부신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초여름에 열리는 무주산골영화제를 통해 잠시나마 나의 시골 낭만 생활을 당신에게도 나누어주고 싶다.

 

 

 


이선영

무주 공방형 카페 수작부리는 카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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